앞으로 4년 후인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만큼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현재는 3분의 2만 출석하면 고교 졸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성취율 40% 이상인 192학점을 3년간 함께 채워야 가능하다 이번에 도입하는 고교학점제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이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고교 서열화 폐지’라는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돼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됐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오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년부터 전국 모든 고교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 교원 대부분이 2025년 전면 시행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이 지난 7월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가 2025년 전면 도입을 반대했다. 전체 응답 교원의 82.
최근 지역 유지들과 더불어 고위직 공무원들과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는데, 덕분에 전혀 뜻하지 않게 정치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들도 조금씩 주어졌다. 당파싸움이나 이권다툼 같은 부분은 관심도 없을뿐더러 정치색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배척하는 일도 나와 맞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많은 기회와 인맥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그들로 인해 크고 작은 기회들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겸손하게 행동하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부분에 조심히 행동한다면 좋은 경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정치권의 세계인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이 마냥 행복하거나 감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민주주의 국가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처럼 민중에 대한 지배권력을 가진 통치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를 갖고 발언할 수 있으며 소신 있게 자신의 뜻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좀 더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공천제도라는 것이 있고, 각 구와 군, 읍마다 지역을 이끌어가는 결정권자와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영향력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 <천로역정>이라는 책을 읽었다. 존 버니언이라는 사람이 쓴 책으로, 세계적인 고전이다. 종교적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고전문학이라는 선입견만 없다면, 펼치는 순간 글의 깊이에 압도당한다. 그만큼 수준이 높은 책이다. 책은 한 남자가 꿈에서 크리스천이라는 사람의 여행기를 기록하면서 시작된다. 천국을 향한 여정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어려움을 만나고, 위기를 만난다. 그리고 험난한 여정 끝에 비로소 천국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크리스천의 아내와 아이들이 뒤따라 길을 떠나는 내용은 천로역정 1부가 끝나고 수년이 지난 뒤에 2부로 출간되었다. 너무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므로 한 번 읽고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천로역정을 고전 중에서도 가장 수준 높은 고전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경과 질문의 깊이다. 성경 속에는 수많은 왕과 왕비,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지만,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성경은 사람이 가진 마음의 흐름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 해당하는 단어들(소심, 대담, 믿
“가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어린이에게 투자하는 것이다.(The solution to poverty? Invest in kids. 뉴욕타임즈, 2021. 12. 6)” 본 칼럼에서 “조기교육의 품질(Quality early Education)”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국회 교육위원회,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등은 한국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공공기관 또는 단체들이다.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진정으로 고민을 하고 연구하면서 미래교육을 발전적으로 이끌어 가는지 의심이 든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말과 글이 가벼워지고 문해력(文解力)이 약해지고, 수학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요즘, 교육정책은 국어 영어 수학을 100시간 줄이자고 하며, 아시아 역사를 가르치지 말자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듯 하다. 어려운 과목은 가르치지 말고, 민주시민교육을 한답시고 “색다른 사상교육(?)”을 하려는 모양이다. 어려워도 공부는 제대로 해야 한다. 힘들어도 배워야 할 학습내용의 기초학문이 바로 문사철(文學, 歷史, 哲學)이다. 철학은 수학과 연결되어 있고, 역사를 모르면 미래를 알 수
미래는 복잡계로 흘러간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그에 따라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I think the next century will be the century of complexity. (다음 세기는 복잡성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21세기 미래를 진단하며 던진 말이다. 굳이 호킹 박사의 지적을 상기할 필요 없이 현재의 흐름만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적어도 20년 내에 우리가 접하고 있는 많은 시스템들이 지금보다 엄청나게 복잡해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복잡계는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더욱더 인간생활에 파고들었고, 앞으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 사회에 존재하는 복잡 다기한 시스템의 변수들이 작용할 것에 대비해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솜씨 있게 다룰 인재들이 필요해졌다. 그동안 우리들이 접했던 학습에서의 문제해결과정은 대부분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솔루션을 원하는지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안다는 측면에서 well-defiend and routine probl
"꽃은 왜 꽃이라 부를까? 사람은 왜 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은 자신이 쓴 책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질문한다.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침대. 나는 왜 책상을 책상이라고 부르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는 거지?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지? 오히려 당연한 것을 뭘 묻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수적으로 습득한 어휘들에 대해 느닷없는 얘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정해진 어휘를 의심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가르친다. 언어의 사회성은 중요하다. 사회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단순히 표현법 익히기, 문장 연습, 어휘 암기 등을 반복적으로 학습해왔다. 그저 수동적이고 기능적인 표현에 머물러 있는 언어를 익혔을 뿐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연습이다. 변화하지 않는 어떤 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언어밖에 없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표현할 때 창의적인 글쓰기가 된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 느낌으로 표현해 볼 때 주체성이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전에 가져보지 못했던 꿈이 생겼다. 60대에 슈퍼카를 타는 디지털 노마드, 다소 두루뭉실해보이는 꿈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차는 관심 밖의 대상이다. 차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는 동안, 한 번도 슈퍼카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차에 관심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감가상각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가격이 하락하는 슈퍼카를 타고 다닐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수천억의 재산이 있어도 슈퍼카를 타고 싶진 않다, 하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져갔다. 슈퍼카 그 자체에 관심이 생긴다기보다는, 60대에 슈퍼카를 타는 삶이 내게 주는 의미 때문이었다. 젊을 때 크게 성공해서 한평생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생이 항상 그런 식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삶에는 반드시 반등구간이 존재하며, 그 구간을 얼마나 지혜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이 큰 폭으로 달라진다. 존경하는 어느 지인은 젊은 시절 크게 사업을 하며 수백억
언젠가 CEO클럽 모임에서 만난 분이 계신다. 공과계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사립대학교 교수님으로, 젊고 유쾌한 분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분들과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그 교수님이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경청을 정말 잘하시네요." 최근에 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알게 된 또다른 분이 계신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분이었다. 그 분은 술자리에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원래 말이 그렇게 없어요?" 어떤 말을 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것이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질문을 하는가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말은 누구나 잘 한다. 어릴 때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질문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배울 수 없다.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상대방을 만날 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를 유심히 지켜보라. 상대방이 가진 마음의 깊이와 품격은 말보다 질문에 담겨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들은 곧잘 우울증에 걸리거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에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부모들은 한결같이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자녀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독서, 글쓰기 습관은 어릴 때 놓치면 좀처럼 습관화하기 어렵다. 일찌감치 길러줘야 할 습관 중 하나로써 읽고, 들은 것을 말하고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절대 간과해선 안 될 부분들이 있다. 그동안 강조했듯이 말을 하거나 글로 쓴다는 것 자체가 자기 생각과 의견, 느낌 등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여 설득하고 자신의 삶을 실현하는 매우 적극적인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의견에 대한 확신과 신뢰,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을 중심으로 한 훈련된 주체성과 정체성을 통해 자신의 생각에 옷을 입히는 과정으로써 자연스럽게 표현능력이 생긴다. 형식에 치우친 글쓰기나 다소 딱딱한 정보 전달 텍스트보다 시나 영화 등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위주로 즉, 느낌이 살아 있는 낱말과 문장을 자주 접하도록 하는 것이 표현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는 예문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림책, 도감, 시집, 논리적인 표현이나 정서적인 표현이 많은 책들이
최근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소송전 패배와 상관없이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방침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어서 소송전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모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가 주목된다. 2025년 고교학점제를 무리 없이 도입하고 이와 함께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추진 중이라고 말해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을 시사했다. 다만, 고유한 교육과정은 그대로 살려서 더 많은 학생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어차피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고교학점제의 취지다. 일반고로 전환이 되어도 학교 이름이나 교육과정은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게 뭘까? 선발방식이다. 우선 선발제도가 폐지되는 것이다. 본래 특목고·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에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대입 위주로 운영되면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고교 서열화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논거를 들어 2025년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