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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운명에 대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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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 유지들과 더불어 고위직 공무원들과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는데, 덕분에 전혀 뜻하지 않게 정치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들도 조금씩 주어졌다. 당파싸움이나 이권다툼 같은 부분은 관심도 없을뿐더러 정치색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배척하는 일도 나와 맞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많은 기회와 인맥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그들로 인해 크고 작은 기회들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겸손하게 행동하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부분에 조심히 행동한다면 좋은 경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정치권의 세계인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이 마냥 행복하거나 감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민주주의 국가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처럼 민중에 대한 지배권력을 가진 통치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를 갖고 발언할 수 있으며 소신 있게 자신의 뜻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좀 더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공천제도라는 것이 있고, 각 구와 군, 읍마다 지역을 이끌어가는 결정권자와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영향력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신만의 잣대가 없다면 큰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고,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 이면에는 운명이라는 잣대가 마음에 기둥으로 굳게 세워져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본인의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어렵고 고달파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자세를 보여주곤 한다. 어려운 일을 당해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을 당해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훌륭한 가치관이자, 삶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존경심도 느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도 운명을 믿지만, 어느 정도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며 창조하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으며, 또한 그 자유의지대로 움직임으로써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지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삶과 움직임이 오직 전지전능한 신의 뜻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면, 인간은 꼭두각시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한 셈이지 않은가. 어느 정도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은 있지만, 외적인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운명의 물레바퀴도 바뀐다고 믿는다.

 

전적으로 운명에만 의지하는 사람은 운명의 변화에 의해 몰락한다. 이렇다 할 도전정신이 없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개인이나 단체, 기업도 마찬가지다. 운명의 굴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 사람은 그 나름대로 선한 뜻을 따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패망과 실수에 대해 신을 탓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책임을 질 것이 없으므로 편하기까지 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공부를 못했다는 둥, 집에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갔다는 둥, 주변에 멘토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둥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30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집에 돈이 없어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배울 길이 수도 없이 많다. 상당히 훌륭한 복지체제와 교육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흙수저로 살아갈 가난한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흙을 빚어 구워서 천년의 역사를 만들어갈 도자기 인생으로 삶의 이름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