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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듀코어]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달라지는 것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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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소송전 패배와 상관없이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방침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어서 소송전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모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가 주목된다. 2025년 고교학점제를 무리 없이 도입하고 이와 함께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추진 중이라고 말해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을 시사했다.

 

다만, 고유한 교육과정은 그대로 살려서 더 많은 학생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어차피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고교학점제의 취지다. 일반고로 전환이 되어도 학교 이름이나 교육과정은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게 뭘까?

 

선발방식이다. 우선 선발제도가 폐지되는 것이다. 본래 특목고·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에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대입 위주로 운영되면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고교 서열화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논거를 들어 2025년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방침을 2019년 11월 확정한 바 있다. 이에 각 교육청은 같은 해에 운영성과를 평가하였고, 총 10개교의 자사고 지정을 바로 취소했다.

 

서울지역의 배재고와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경희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8개교와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청들은 자사고들이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며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고 교육부가 이에 동의했다.

 

여기에 불복해 지금까지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고교 30곳 중 5곳이 1심에서 승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필두로, 지난달에는 서울 배재고와 세화고가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들 자사고는 교육청의 운영성과 평가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평가가 시작되기 4개월 전에 각 학교에 통지했지만, 자사고는 교육청의 통보가 늦었고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바뀐 기준으로 지난 5년간의 평가를 받는 것은 신뢰 보호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주장해 왔다.

 

앞서 배재고와 세화고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의 운영성과 평가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거고, 이들에 이어 숭문고와 신일고까지 승소하면서 남은 서울 4개교(중앙고, 이대부고, 경희고, 한대부고)의 승소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특목고·자사고 폐지와 관련한 찬반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생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는 “고소득계층의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 자사고들이 무력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들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특목고·자사고 폐지 반대론자들은 공교육 내 수월성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약해질 경우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시장으로 몰리거나 해외 유학으로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인재유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을 우려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역시 간과한 지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반고 학생들의 1인당 평균 학비에 사교육비와 기타 생활비를 더할 경우 자사고의 학비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예를 든다.

 

이들은 자사고에 입학하는 경우 주거비, 식비, 교육비, 방과후 학습비 등이 모두 한 번에 해결되지만 일반고를 선택할 경우 학원비 및 과외비 등 사교육비는 물론, 급식비 외 추가로 사용되는 간식비, 학원 식비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사고를 선택하는 수요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육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시도별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64만 원으로, 지역별 사교육비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학생 1인당 월 82만9000원 수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평균인 64만 원을 18만9000원가량 웃돌고, 경기 역시 월 68만8000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해마다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이런 우려를 방증한 셈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거듭되는 교육정책 뒤집기가 정책의 투명성을 무너뜨리고 불안을 증폭시켜 사교육 의존도를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교육정책 중 사교육 억제정책이 존재하긴 했는지 의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정시확대를 통해 기존 학종 중심의 수시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고 통합형 수능체제로 개편하는 등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잦은 교육정책 변경으로 혼란을 겪던 수요자들이 기댈 곳은 사교육밖에 더 있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