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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비어있는 시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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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유명하다.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앞머리는 길지만 뒷머리는 대머리다. 어깨와 등, 뒤꿈치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저울과 같은 정확한 판단, 칼과 같은 결단력이 필요하며, 또한 대머리이기 때문에 지나가면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기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은유적인 표현이지만, 사실 기회의 신은 발견하기만 하면 잡을 수 있다. 앞머리를 잡든, 날개를 잡든, 뒤통수를 냅다 갈기고 쓰러뜨린 뒤 온몸으로 잡든, 일단 잡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바쁘게 살아간다. 성과를 내는 하루가 있는 반면, 그저 시간만 때우다가 하루가 훌쩍 가는 경우도 있다. 생산적인 삶의 가치가 무척 크다고 느껴지는 어느 시점이 되면, 비로소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게 시간관리를 하다 보면 비어 있는 시간이 꽤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비로소 기회의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허구의 세계에 불과한 소설이 뭐 그리 대단한 가치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주로 읽는 책이 경제, 경영 서적이었고, 그 외 철학적 가치관에 기반을 둔 심리학 서적과 교육 서적이었다. 어느 날 문득,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 중 대다수가 소설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지극히 작고 사소한 그 생각 하나가 기회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비어있는 시간마다 고전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한 소설작품을 집필하는 데까지 이르렀는데, 비어 있는 시간마다 원고를 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의 소설작품을 써낼 수 있었다. 단지 침묵하고 있는 시간을 확인한 뒤 필요한 일련의 활동들을 채워 넣으면 분명히 이전과 다른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고,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고,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등진 채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초입부

 

비어있는 시간은 기회의 시간이다. 서재에서 만나는 새벽시간이 될 수도 있고, 직장에서의 휴식시간이 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비어있는 시간이 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그 시간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