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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도 출신 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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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의 인재가 세계적으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샤넬의 최고경영자(CEO), 영국 총리, 미국 부통령, 세계은행 총재 등이 모두 나라와 일하는 분야가 다르지만 인도 출신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승승장구하는 인도계 인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도인들이 세계 각지에 이주해 사는 것을 넘어 사회 지도층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하는 이른바 ‘인도 이주’가 인도의 진정한 ‘소프트파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선 인도계인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아버지가 인도인 출신인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리오 버래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정부 수반에 올라 있다. 미국 정치권엔 인도계 어머니를 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모가 모두 인도인 이민자로 내년 공화당 대선 출마를 한 니키 헤일리 전 주(駐)유엔 대사가 인도계 ‘거물’로 통한다.

 

인도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40대에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CEO는 오는 7월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한다. 미국 최고 경영대학원(MBA) 5개 중 2개(하버드대·시카고대) 학장이 인도계다.

 

글로벌 테크 기업 구글·MS·IBM·어도비·마이크론 경영자 또한 모두 인도 출신이다.

 

각각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아르빈드 크리슈나, 샨타누 나라옌, 산자이 메로트라 CEO가 이끌고 있다. 패션 기업 샤넬, 글로벌 커피 회사 스타벅스의 CEO인 리나 나이르, 랙스먼 내러시먼 역시 인도계다. S&P500 편입 상장사 중 5%인 25개 기업이 인도계 CEO를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까지는 11개에 불과했다.

 

 

이처럼 인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민자 출신 인사들이 전 세계 정·재계 주요 자리를 꿰차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인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분야는 IT(정보기술) 영역 뿐이었다. 1991년 경제 자유화 조치를 단행해 경제 개방과 개혁을 시작한 인도는, 주로 소프트웨어 ‘외주 사업’으로 국부를 키웠다.

 

전세계인이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를 처음 만든 나라 인도는 수학적·논리적 사고에 능했는데, 이런 능력이 자연스럽게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인도 정부 역시 이에 맞춰 공학을 국가 중점 사업으로 육성했고, 최상위 엘리트 학생들은 공과대학 먼저 입학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우리나라는 최상위 엘리트는 의대나 법대로 가는 것과 달리, 인도는 최상위 엘리트 학생이 공대를 진학하는 것이 흥미롭다.

 

세계적인 IT 붐이 일면서 인도의 프로그래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영국 등으로 대거 이주해서 정착했다. ‘인도계 엔지니어가 없으면 실리콘밸리가 돌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건너간 나라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그러나 이들이 글로벌 대기업에서 고위 직책까지 맡는 경우는 드물었다. 백인 사회에서 인도인 출신이라는 편견을 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가량의 시간이 흐르면서, 서구 국가에서 입지를 다진 인도인 특유의 총명함과 근면 성실함이 최근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공적인 가치를 사적인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태도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과로 문화’와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이민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 출신 이민자의 연평균 가구당 소득은 2021년 15만달러(약 1억9500만원)에 육박해, 9만5000달러 이상을 기록한 중국을 훨씬 앞섰다. 미국 평균인 7만달러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선다.

 

전문 직종을 중심으로 인도인들의 이민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그래머 등 전문직 종사자에게 부여되는 미국의 H-1B 비자의 73%가 인도 출신이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전문직 인도인들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정치계 진출도 활발해지는 선(先)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글로벌 역학 관계의 변화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민자 그룹 중 인도와 경쟁해온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가 급격히 악화되고,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화웨이·ZTE 등의 안보 문제가 제기되면서 서구 국가에서 중국인들의 입지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90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경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데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 및 시장경제와 매우 친숙해 서구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의 수가 인도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미국에 남는 과학기술 부문 유학생 수는 인도가 중국의 2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