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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부모님과 Servant 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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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고향에 다녀왔다. 내가 태어나 줄곧 자라고 대학까지 졸업한 경북 안동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던 당시에 안동 인구는 20만명이었고 지금은 15만 6,000명(2022년 2월 기준)정도라는 사실이다. 20년 사이에 5만여 명 가까운 인구가 타지로 나가버렸다. 모르긴 해도 대개 젊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평생을 안동에서 사신 분들이다. 1년에 12번의 제사를 지내고 한복과 비녀가 습관화되어 있는 그런 집과는 거리가 멀다. 부모님이 '안동사람답지 않은 안동분들'이었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안동이라는 도시에 대해 갖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마주했을 때였다.

 

고향에 가면 늘 부모님이 해주시는, 또 사주시는 밥을 먹는다. 몇 번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으나 한사코 거절하셨다. 지난 몇년간, 지독한 실패와 어려움을 만나면서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린 적이 없었다. 명절날 고향에 다녀올 때마다 며느리 손에 봉투를 쥐어주시는 분들이셨다. 어버이날 자동차와 집을 부모님께 선물해드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버지가 사주시는 소고기와 과일,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을 때마다 그분들의 살을 뜯어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사코 용돈을 받지 않으시려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한참을 울면서 집으로 내려왔다.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정말 멋진 부모님을 두셨네요. 아주 화목한 가정인 듯 합니다. 무척 부럽습니다."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기에 한 번도 부모님의 사랑을 맛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안정적인 가정,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 부럽고 그립다고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부모parents는 가족family라는 이름의 작은 그룹을 인도하지만, 누구보다 마음 깊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여야만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런 부모님의 리더십은 오직 희생만이 가득한 servant leadership의 표상이기도 했다.

 

리더십은 어느 시대에나 대두되어온,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지적 자질 중 하나다. 수많은 리더십에 관련된 책과 강의가 있으며,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어록과 명 연설문도 있다. 일반적인 조직사회에서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흠이 있지만 말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서 상당히 추진력있게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일을 잘하는 것과 리더십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리더는 생각의 속도를 무기 삼아 전진하는 사람이기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숨어 있는 두려운 마음을 제거하고 용기를 심어주어 마음의 지경을 넓힌 다음에 함께 도전하며 앞서나가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리더십은 소위 말하는 일머리뿐만 아니라 다분히 심리학적인 요소가 숨어있는 분야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드문,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리더십의 핵심 요소 중 한 가지는 신뢰trust다. 모든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으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습관화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모든 리더가 가진 본연의 임무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는 말이 있다. 세상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인 듯 해도, 리더의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으로 말미암아 사업이 성장하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어려움에 처하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인생에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 내 인생에 스며드는 것인 동시에, 하늘이 나에게 주신 기회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올바른 경청傾聽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경청은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듣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경청의 올바른 의미를 알고 있는 리더들을 꽤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독보적인 리더로 존재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경청의 올바른 의미를 알고 있는 리더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상당한 재력을 갖춘 사람들은 아니었다. 힘있게 일을 추진하는 강력한 추진력과 경청은 약간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작은 회사의 대표이거나 작은 그룹의 임원인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그러니까 심리학에 대해 상당히 조예가 깊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퇴사를 앞둔 부하 직원이 나에게 업무에 대해 인계를 해주는 과정에서 작은 마찰이 있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해 인수인계를 받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는 허둥지둥하는 내 모습이 꽤 짜증스러웠던 모양이다. 어차피 나가는 마당에 무서운 게 없다 싶었는지 나에게 함부로 이야기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성인이 되면 나이보다는 그 사람의 업무역량과 리더십의 여부에 따라 존경받는다. 그렇기에 조직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있을 때에도 부하직원에게 존대를 했고, 신입사원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그러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하기에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은 사람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다. 내가 당신보다 나이도 많고 직책도 높은데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느냐? 말을 너무 함부로 한다. 상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하고 언성을 높여 소리쳤고, 그는 "지금 제가 나이 어리고 직책이 낮다고 무시하시는 겁니까?"하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그 직원은 내 말을 끊으며 "저는 국장님께 인수인계 못하겠습니다!"하고 소리치고는 문을 꽝 닫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 사건 자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회생활에서 크고 작은 언쟁이나 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중요한 것을 알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부하 직원과의 마찰에 대해 나와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A가 와서 이야기했다.

 

"나이 좀 많다고 어린 사람 무시하고 그러면 안 돼요. 나도 나이가 많지만 국장이나 이사장 이야기 다 듣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고 해야 돼요. 직책이 있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누가 먼저 다가옵니까? 좀 잘해봅시다."

 

그리고 얼마 뒤 B가 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그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듣고 보니 자네 심정이 이해가 되네. 그 친구가 원래 그런 면이 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화내고 뛰쳐나가고, 말도 함부로 하고. 그런 적이 많았거든. 얼마전에도 상위기관에서 연락왔었는데 직원들 다 있는 앞에서 소리치고 싸웠잖아.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그래도 이제 그 친구는 나가는 사람이니까 좋게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겠지. 자네가 마음 풀게. 나머지 인수인계는 내가 해주도록 하지."

 

당연히, B는 A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조직을 이끄는 핵심적인 리더다.

 

삶 속에서 servant leadership을 토대로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내 사람이다'하는 느낌을 받는다. 겸손과 경청을 무기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들에게서 얻어지는 마음의 위로와 큰 용기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많은 지혜들을 전해준다. 그들이 전해주는 감동을 통해 내 마음의 그릇을 넓히고 키워나가는 것은 분명히 의미있고, 또 아름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