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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PTSD 올 것 같아,”... 흔히 말하는 PTSD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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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일컫는 의학 용어지만, 최근 인터넷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 쓰인다. 이별 장면을 잘 연기한 드라마를 보았을 때 ’와, 나 헤어졌을 때 생각나서 PTSD 온다.‘ 등 무언가를 보고 떠오른 부정적인 기억과 연관된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가 PTSD를 진단할 때는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어 진단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PTSD를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을 참고하면, 죽음 및 이에 가까운 심각한 외상, 성폭력 등에 준하는 사건을 직접 겪거나 목격하는 식으로 간접 경험한 적이 있어야 한다.

 

그럴 법한 것이 PTSD라는 질환명 자체가 미국의 남북 전쟁을 거쳐, 베트남 전쟁 후의 생존한 군인들이 보이는 증상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단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에게는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부터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뒤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보이는 세 가지 양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재경험, 회피, 과다 각성이다. 낯선 용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환자에게서 재경험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악몽을 꾸거나, 그 기억을 반추하는 등 사건과 다른 시간 및 공간에서 그때의 일을 재경험한다. 이라크에 파병되었던 미군들은 돌아온 후에도 귀에서 총소리가 들린다거나, 동료 군인들이 죽어가는 악몽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둘째로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피하게 된다. 성폭력을 겪은 여성은 가해자와 비슷한 형상을 가진 남성을 피하게 된다.

 

마지막 특징은 주변의 많은 자극에 예민해지는 소위 과다 각성 상태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PTSD를 겪는 환자는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대인관계를 단절하거나, 알코올 및 기타 약물에 높은 의존을 보이기도 한다. 

 

국내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 환자는 얼마나 많을까?

 

보건복지부 산하 정신건강연구소에서 실시한 2021년 정신 건강실태조사보고서를 참고하면 우리나라 국민에서 PTSD의 평생 유병률은 1.5%, 1년 유병률은 0.3%로 밝혀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자살 시도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절대 낮지 않은 숫자다.

 

그렇다면 PTSD는 자연적으로 회복될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치료하지 않았을 때 30%만이 회복하며, 70%는 지속해서 증상을 겪는다. 그중 10%는 더 심해지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PTSD 치료는 대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치료 목표는 가능한 빠르게 환자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자살 혹은 타살의 위험성이 있거나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PTSD라는 단어에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PTSD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여타 내외과적 질환과 비슷하게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무지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에서야 천안함 사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군인들에 대해서 국가 유공자 지정이 이루어졌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사건, 천안함 사태와 같은 집단적 외상을 비롯하여 성폭력, 각종 사고와 같은 개인적 외상도 빈발하는 현대 사회에서, 외상이 남긴 마음의 흔적에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PTSD 환자와 그들의 일상으로의 복귀에의 이해와 배려의 한 자리를 마련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