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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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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지자체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머리에 하얗게 새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젊고 예쁜 여성분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면 놀라울 정도로 답답했다. 주변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중 최강자를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 중 그렇게 생각이 막혀있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놀랍게도 카카오톡 알림글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새치, 그러니까 흰머리카락이 잘 생기지 않는다. 아내가 간혹 가다 한 두 가닥씩 뽑아줄 정도다. 언젠가 아내가 "내일 모래면 마흔인데, 새치가 없네. 신기해."하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소한 일에 걱정하지 않고 생각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10대와 20대 때는 멀리서 봐도 제법 듬성듬성 보일 정도로 새치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꽤 생각이 복잡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심각한 우울증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생각을 처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새치가 꽤 생겼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놀라우리만치 검은 머리 투성이다. 우울증 진단도 받아봤는데 0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10점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드문 결과였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성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은 상당히 무례한 사람이며, 예의범절을 모르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에 맞춰서 태도가 달라진다. 아이러니하다.

 

언론의 메인을 장식하는 기사는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발생되는 결과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행위는 기본적으로 마음의 작용을 통한 사고(생각)로부터 발생하고, 통제되고, 이끌리기 마련이다. 마음에 그릇된 생각, 부정적인 생각의 찌꺼기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태도와 자세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판을 받을 뿐더러 잘못된 선택을 할 소지가 많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방법은 한 가지다.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을 믿지 않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을 따라가서 성공한 사람들은 없다. 부정적인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에는 성공의 요인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 외에 회사나 조직에서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해왔던 나로서는, 생각이 굳어 있는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넓게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데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갑을 넘긴 사람들 중에도 굳어 있는 생각 때문에 대화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최근 들어 나에게도 크게 생겼다. 애꿎은 남탓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정보는 굳이 기억하지 않고 메모에만 의지하는 습관 때문에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누구도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나의 모습이 꽤 어색했다. 어느 순간 나도 기분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교육기관에 근무할 때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나를 돌이켜 보는 과정이 매우 절실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기도하는 내용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해 주시고'였을 정도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감정에 놀랍도록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교사의 기분과 태도에 따라 학습 성과가 큰 차이로 벌어지곤 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을 몸소 발견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단조로운 일상, 팍팍한 경제상황,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 고리타분하고 능력도 없는 데다 거만하기까지 한 상사,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는 후임 직원, 늘어가는 뱃살,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피로감 등등. 그럴 때마다 결과야 어떻든 적당히 불친절하고, 적당히 남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즐기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될 때도 많다. 물론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자아 성찰이나 성공과 같은 의미 있는 단어들은 삶에서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의 결말은 '그늘을 지어주는 구름을 거센 입김으로 흩어버리는 북풍과 그 밖에 다른 사나운 바람의 힘이 모두 잠든 고요한 날에 크로노스의 아들이 높이 솟은 산봉우리들 위에 가만히 드리워놓은 안개와도 흡사'(일리아스 5권 525절)하게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낮고 겸비한 마음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본능적인 이해력, 탁월한 지능, 상황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태도는 겸비한 마음에서만 만들어지는데, 자연스럽게 불쾌한 기분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근무하는 리더와 조직원들은 상당히 높은 자존감을 가진 분들이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사업체를 갖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만의 사업체를 가진다는 것은 이해력, 지능, 상황을 관찰하는 태도를 배운 사람들이라는 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자세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으면 어마어마한 실패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느낌으로 안다. 이와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들이나 리더들에게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조울성 기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교적 약해 보이거나 어리숙해 보이는 부분도 있으나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감정의 큰 변화가 없이 업무를 차근차근히 진행한다는 특징들이 대다수의 리더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이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가지를 마음에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좋든 나쁘든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게 두 번째다. 최근 들어 새벽 고전 토론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다. 큰맘 먹고 지출한 월 회비가 전혀 아깝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