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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자기중심적 착각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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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이 별로 안 좋네."

"마음에 어두움이 있는 것 같아."

"너는 모르겠지만, 네 표정이 밝지 않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정작 나는 하루하루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활용하고 있었고,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고귀함을 마음 깊이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중에는 '그들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사실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며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하고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정작 내 마음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한데, 주변 사람들이 쉽게 던지는 말들 때문에 안색이 안 좋아질 뻔했다.

 

내 마음의 행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이 가진 판단의 잣대로 나를 저울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해답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흔히 말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었다.

 

가스라이팅gas lighting이라는 단어가 있다.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서 스스로에 대하여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만든 뒤 상대방을 통제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가스 라이팅 gas lighting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 혹은 단체가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했다는 기사는 너무 흔해서 셀 수조차 없다.

 

흔히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단체에서 가스 라이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저술가였던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인 권한에 의하여 보호되므로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곳'<군주론 제11장 교회형 군주국>이라고 설명하며 교회형 군주국에 대해 일축했다.

 

교회형 군주국은 능력이나 행운에 의해 차지할 수 있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소 모두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국가들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종교적 제도들에 의해 유지되며, 그 제도들은 군주들이 어떤 식으로 처신하고 살아가더라도 자신들의 권력을 지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운영된다. -<군주론 제11장 교회형 군주국>에서 인용-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믿음의 대상이 긍정적인 면을 가진 존재거나 자기 확신과 같은 측면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반드시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확신을 가진 운동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세계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훨씬 높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꿈꾸던 사회생활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진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더 목표에 빨리 다다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믿음의 대상이 부정적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의 폐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의 폐해를 알면서도 믿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믿는 것이 긍정적인 생각을 믿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때로 부정적인 생각은 용기로 보이며 자부심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힌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버린다. 같은 질량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압축된 시간을 선사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낭비된 시간을 선사해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시간의 밀도를 공유하기 마련이므로, 내가 먼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혀있지는 않은지 자주 나 자신의 마음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친구, 선생님, 가족 등등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혀서 위로나 용기보다는 지독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용기를 갖고 하루하루를 살되, 폐쇄적인 사고 속에서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다면, 의식의 흐름대로 살지 않고 진취적인 생각 속에서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