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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용기를 주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때로는 운명과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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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창업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저서 출간에 관련한 컨설팅을 하고 있고,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을 구상 중인 사업이 하나 있어서 상담을 받고 싶었다. 짧게 생각했던 상담은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중에는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한 가지였다. 그들은 용기를 주는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창업은 정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주워들은 정보만 갖고 창업을 시도하면 오래가지 않아서 실패의 쓴맛을 본다. 창업은 정보도 중요하지만 1%의 가능성을 100%로 끌어올려야 하는 자신감, 확신, 용기, 추진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창업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반면에 창업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자들은 모두 직장인이다. 직장인의 뇌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가의 뇌를 가진 예비창업자들, 혹은 초중장기 창업자들의 뇌구조와는 확연히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다. 창업을 통해 성과를 내 본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업무에 관련된 경험을 토대로 어느 조직의 내부 문화를 판단하기엔 어폐가 있고, 오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사람들(직장인의 뇌구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최근에 본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게임중독에 빠진 중학생 아들과 자해를 일삼는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부모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첫째 아들은 게임을 하지 말라고 야단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욕을 하고, 둘째 아들은 야단치는 부모님 앞에서 땅에 머리를 찧는다.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온 나는, 결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았다. 따뜻한 사랑이 오가야 하는 가족이, 희망과 소망을 나누어야 하는 식사시간이, 아이들에겐 고통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때때로 가족은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슬픔과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나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산다. 특히 아내와 아들에게서 많은 용기를 얻는다. 같은 마인드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아내와 통하는 게 많고, 신앙으로 엮어진 마음의 힘으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게 익숙하다. 청소년 육성에 관련한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대화를 자주 하고, 스킨십과 마음의 표현을 하는 게 편하다. 아내, 그리고 아들과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이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가끔은 이런 행복이 내게 주어진 당연한 선물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당연하지 않은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생에 당연한 것은 없다. 햇빛, 공기, 깨끗한 물, 건강한 영혼은 은혜의 세계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선택이며,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물다섯 살에 나는 아프리카에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1년이란 시간은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바꿔놓았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마음이 뜨겁다. 사그라들지 않는 향수병에 걸린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 운명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때로는 운명과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대학 입시준비일 수도 있고, 취업일수도 있다. 창업, 결혼, 이민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이 달라지게 된다,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내가 용기를 주는 사람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의 조언에 나의 확신을 더해서 길을 정했다. 그리고 대부분 실패하지 않았다.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내게 용기와 확신을 심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 길은 좁고 험난하다. 어려움과 눈물이 가득한 곳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잘못된 길이 아니다. 틀리지 않는 길이다, 라고 나는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