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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사색의 품격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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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난다.

전업작가가 되고 난 뒤로 아침에 늦잠을 자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고요한 시간이 좋아서다.

새벽에 서재에서 글을 쓰다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주 조용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서재에서 책을 넘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 키보드 탁탁거리는 소리, 무언가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고요한 쾌감이, 나는 너무 좋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의 저서에서 종종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부랑은 전혀 거리가 멀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렴풋하게 했지만, 이렇다 할 멘토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기에 그저 괴로운 10대를 보냈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한 번도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 사색의 수준이 인생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엔, 틈만 나면 책과 노트를 펴서 묵상하고 생각을 진행시킨다.

 

10대 시절에는 사색의 즐거움도, 공부의 즐거움도, 이성친구를 사귀는 즐거움도 알지 못했다. 20대 때도 바쁘게 다니긴 했지만, 인생에 이렇다 할 즐거움 없이 산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30대가 되고 나니, 사색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친구가 좋고 술이 좋던 20대가 지나가고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이제는 내 영혼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되고, 의미 있는 것에서 부여되는 가치를 찾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들이 태어나고 난 뒤, 처음으로 죽음이 두려워졌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매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육체를 입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는 같이 살아 숨 쉬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라도 아무것도 아닌 흙으로 되돌아가버린다.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 가족, 꿈, 친구, 장래희망 등등. 이 모든 소망은 생명이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것이지, 흙에서는 아무런 소망도 발견할 수 없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무엇을 하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나는 사색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한 번씩 혼자 사색하며 길을 걷는다. 2시간도 걷고, 3시간도 걷는다. 생각에 잠겨서 길을 걷다 보면 이전에 없던 지혜나 지식이, 좋은 정보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럼 그 모든 정보들은 곧 원고의 소재가 되고, 칼럼의 소재가 된다. 교육자료로서 손색이 없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사색가들은 언제나 홀로 길을 걷는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혼자 걸으면서 다양한 생각의 줄기들을 뻗어나가는 것은 영혼에 훌륭하고 감사한 양식을 제공해주는 시간이다. 사색은 영혼을 위한 양식을 채우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 진정한 행복과 즐거움을 채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10대때부터 사색에 잠기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면, 엄청난 성장의 기회를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