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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아몬드, 어른을 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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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어른을 위한 소설

 

최근에 [아몬드] 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전 세계 12개국에 출간된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는 소년이다. 우연히 어렵게 자란 친구, 곤이를 만났고, 곤이와의 관계 속에서 사랑, 우정, 행복과 같은 단어를 찾아간다. 나와는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온 아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단어도 생소했거니와 스토리 전개가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랬기에 제법 유명한 롱텀Long-Term베스트셀러 작품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친구, 곤이는 평생을 어렵게 산 아이였다. 놀이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뒤 소년원에서 13년을 산 곤이는 거친 아이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장면, 상황, 그 앞에서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표현하는 것도 서툴다.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감정표현불능증, 존재하기나 하는 증세일까? 놀랍게도 세상은 감정표현불능증에 취해 있는 사람을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어른이 되고 나니 감정표현불능증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중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마음을 조율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숨기는 것이 좋은 것인양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때로는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하는가?

 

나는 감정이 풍부한 편이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에, 표정연기도 곧잘 따라한다. 아내도 나처럼 감정이 풍부한데다 사교성까지 좋다. 아내랑 둘이 있으면 서로 웃기기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나는 아내보다 훨씬 더 감정이 풍부하다. 슬픈 소설을 읽으면 눈물을 흘리고, 아들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아버지의 손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허해진다. 정작 그들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처음 보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감정에 메마른 사람들을 보면 잘 이해가 안된다. 감동적인 장면에서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이 나로서는 퍽 어색하다.

 

결혼식을 준비할 때 일이다. 아내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괜히 눈물이 났다. 참 예쁘다, 하는 마음이 첫번째였다. 더 좋은 웨딩드레스와 예식장을 준비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두번째였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나 예뻐? 나 예뻐?" 하고 연신 물어보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세번째였다. 어느덧 결혼 9년차에 접어든다. 26살의 아내는 34살이 되었고 30살의 나는 38살이 되었지만, 우리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생커플, 혹은 연인같다는 소리를 9년째 듣고 산다.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널렸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하며 살았다. 자주 웃고, 자주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부부생활을 영위해왔다. 동갑내기 부부들에 비해 젊게 살았다고 자부했고, 그 결과가 외모로도 드러났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우리에게도 아들이 있다. 몇달만 있으면 3살이 되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인생의 끝은 어디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들이 어른이 되어 나처럼 아버지가 될 때까지만 건강히 살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아들이 22개월에 접어들었다. 싫을 때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면서 싫다고 표현하고, 좋은 건 좋다고 표현도 한다. 옹알이에 불과하지만, 종종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에 대해서 꾸짖고 야단을 쳤을 때 잘못된 오해를 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고, 연약한 인간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부모가 되고, 인도자가 되며, 따뜻한 마음을 흘려주는 소망의 메세지가 된다. 그 인도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얼마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흘려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작고 예쁜 아가씨였던 아내는 엄마가 되었다. 아들을 볼 때마다 예쁘다고 이야기한다. 이 아기가 아니었다면 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평생 젊고 예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내는 엄마가 되어 있고, 엄마로서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는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크고 놀라운 것이 가족의 행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행복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소망을 차분하게, 따뜻함을 담아 전달할 때 비로소 극대화될 수 있다. 우리가 전하는 행복과 소망이 아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그 행복이 아들의 마음에, 또 아들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즐거움으로 남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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