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속초 0.1℃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충주 2.5℃
  • 청주 3.0℃
  • 대전 3.3℃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여수 8.3℃
  • 흐림순천 6.7℃
  • 흐림제주 10.7℃
  • 구름많음서귀포 13.4℃
  • 흐림천안 2.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오피니언

[홍석기 칼럼] 세상을 바로잡을 건 오직 교육

URL복사

“중학생 수준으로 강의해 주세요.”라는 방송국의 출연 조건을 듣자마자 거절을 했다.

그렇게 쉽고 재미있게 강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고 그런 제안에 동의할 수 없었다.

 

전 국민의 학력이 고등교육 이상인데 중학생 수준으로 낮추라는 말이 옳은가?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중히 사양을 하고 돌아 오면서 또 후회를 했다.

 

그리고 반성을 하면서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쉬운 강의를 하지 못할까?”

경상북도 어느 작은 도시에 강의를 하러 갔다.

 

교육담당자께서 시골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강의교안이 너무 어렵다며 걱정이 된다며, 쉽게 잘 풀어 달라고 했다.

 

두 시간 강의 시간에 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끝난 후, 어느 할머님께서 좋은 강의 잘 들었노라고 칭찬을 하고 가셨다.

 

시골 어른들이라고 해서 까불고 웃기는 강의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다시 생각해 본다.

 

“쉽고 재미 있게, 편하게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과 “시청자들은 중학생 수준으로 강의를 해야 인기가 있다.”는 고정관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쉽고 재미 있는 것만 강의는 아니다.

 

때로는 어렵고 지겹고 유익한 강의도 필요하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강의할 수 있으면 된다.

일부 몇몇 분들에게는 내 강의가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모르지만 그리 쓸모 없지 않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인간은 배우고 깨닫는 즐거움을 갈구하고 있고,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 주면 자신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 듯 하다.

바쁜 와중에 강의를 듣기 위해 멀리서 오신 분들이나,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밤 늦게 모인 경영자분들, 또는 정신 없는 틈을 내어 교육장에 집합을 한 직장인들의 시간과 돈을 아깝지 않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재미있고 가볍고 신나는 강의도 필요하지만 모든 교육과정을 그렇게 진행할 수는 없다.

 

때로는 듣기 싫은 강의도 들어야 하고 배워야 할 내용이라면 졸면서라도 들어야 한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임직원들로 구성된 중소기업에서 강의를 할 때, 교육담당 임원으로부터 강의 중에 영어를 많이 쓴다는 불만을 들은 적이 있다.

 

수준 높은 벤처기업에서 싸구려 강의를 원하는 건 아니겠지만, 강의 중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교안을 설명하면서 영어 몇 마디 했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에 클래식을 틀어 주었더니 트롯트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들어 왔다.

 

그 다음부터 그 회사는 강의요청이 와도 거절했다.

 

3년 전에 그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