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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인격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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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지인을 만나러 마산에 다녀왔다.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분이었다. 이전에 근무하던 국제 대안학교는 각 지역마다 지부가 있었고 교사들도 지역마다 배분되어 있었는데, 지인은 마산지역에 위치한 대안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였다.

 

당시 영어교사였던 그분은 탁월한 교습능력으로 전국에 위치한 대안학교에 초청을 받아 다니곤 했었는데, 추가 소득을 벌기 위해서 과외를 시작했다가 오픈하자마자 학부모들이 몰리는 바람에 2,3개월 대기 순번이 생길 정도로 일을 잘하는 분이었다. 같은 조직에 소속된 교사였다고 해서 잘 알게 된 것은 아니었고, 처음엔 그저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분을 알게 된 것은 조금 재미있는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공부를 제법 잘하던 사촌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획일화된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것보다 내가 근무하던 대안학교에 입학을 시키면 자신의 꿈을 좀 더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각 지역마다 입학 여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그분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다음 학기에 신입생 모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선생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하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전준우입니다." "아, 그 뮤지컬 하셨던 잘생긴 선생님." 거기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그분은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어서 자신의 독자적인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전국 학교를 다니면서 전 학년이 함께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최대 4,000명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뒤에는 작은 소그룹으로 교육하거나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작은 도서관과 서점을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그분을 통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마산에서 자신의 사업을 키워가는 지인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016년 7월이었다. 그리고 2022년 2월이 되어 다시 만났다. 우리는 비슷한 형태의 어려움을 만났고, 그렇게 경험했던 어려움만큼의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는 서로를 발견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항상 옳거나 훌륭한 결과를 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잘못된 적도 많았고, 실수한 적도 많았으며, 예상 외로 초라한 결과가 나와서 적잖이 실망한 적도 많았다. 다만 그런 과정들 속에서 얼마나 빨리 털고 일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가 우리의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최근에 발생한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며칠 동안 상당한 슬픔 속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젊었을 때의 고난과 실패는 노년의 실패와 고난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마자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는데, 그들을 통해 상당히 큰 도움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대개 교수, 그룹의 총수, 혹은 고위직 공무원들이었는데, 어려움을 통해 만들어진 인격의 그릇을 통해 많은 도움을 입을 수 있었다.

 

어려움은 결코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어려움은 인격의 그릇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을 발견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가슴 벅차고 놀라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