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서 꽤 오랫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지인이 있었다. 최근 몸이 좋아져서 퇴원했는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감사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20대 젊은 시절, 그는 촉망받는 젊은 청년이었다. 유년시절에는 방황하며 잠시 탈선의 길로 접어들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누군가를 도우면서 사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마음 깊이 품고 난 뒤 삶에 작은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하여 삶의 평생을 바치겠노라 다짐하며 인생 2막의 방향성을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생의 방향이 소망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군대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만나 정신분열증을 얻었고, 의가사 제대 후 나날이 쇠약해져만 갔다.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친 뒤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고, 무려 8년 6개월이라는 세월동안 가족을 떠나 있었다.
그에게나 가족에게나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고통과 슬픔을 주는 시간이었다. 처음 3년 동안은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벛꽃이 피는 봄에도,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는 여름에도, 아름다운 단풍이 지는 가을에도,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겨울에도 그는 병원 안에서만 신세를 져야 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느껴졌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원망, 두려움,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있던 그의 마음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큰 변화가 찾아왔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이 그것이었다. 그는 작은 일에도 감사해했고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어려움은 결코 어려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채우는 시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가 병원신세를 지는 8년 6개월이라는 세월 동안 나 역시 크고 작은 실패를 많이 만났다. 성공, 부귀영화는 바라지도 않았다. 밥만 굶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매일 해야 했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런 어려움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되돌아보니 실패는 결코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가 되어 있었고, 1인기업가가 되어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과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만큼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실패라는 과정을 통해 나는 신뢰를 쌓는 방법과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경청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나를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드는 데 귀중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지금도 마흔이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퍽 이른 나이에 경험한 실패가 결코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님을 발견하게 된 셈이기도 하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100% 옳다고 볼 수만은 없다. 젊어서 만나는 고생을 통해 180°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면 젊어서 고생은 옳다. 그러나 미적지근한 변화, 이렇다 할 결단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거나 기회를 볼 만한 눈이 없다면, 어려운 과정 속에 마음에 감사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없다면, 젊어서 고생은 그야말로 고생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젊어서 고생을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고생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감사로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그 고생은 정말 값진 고생이 된다. 감사는 나의 부족함을 발견할 때 비로소 채워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반드시 감당해야 할 고난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감사를 발견하는 고난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떨까.